위험한 일본책(실제론 전혀 위험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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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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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역사학부 박훈 교수는 7년전 내가 특강 강사로 모셨었다.

당시 나는 일본어 중점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어 관련 교과를 가르치며 일본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고 우연히 읽게 된 박 교수의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라는 책을 계기로 박교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학생들에게 일본이 어떻게 근대화에 성공해서 제국주의 열강이 되었는지, 메이지 유신의 비화를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2017년 12월 특강 강사로 와 주신 박훈 교수

그 후로 만나뵌 적은 없지만, 작은 인연이 있었던 만큼, 이번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50대 역사학자의 날카로운 일본관을 엿볼 수 있었고, 많은 부분 공감이 갔다.

박교수의 말대로라면 일본하면 무조건 "노"를 외치고, 침을 튀겨가며 "반일"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썼다고 하는데, 전혀 욕먹을 필요가 없다. 실제 주위를 보면 일본을 감정적으로는 다 안다고 떠벌리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일본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2019년 여름 나가사키 불꽃축제, 빅뱅의 음악이 여름 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간의 무역마찰 때도 잠깐 동안 'NO재팬'이란 말이 유행했을 뿐,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싶을 정도로 한일관계가 좋다. 일본방문 여행객 1위는 다시 한국인이 차지했다. 편의점의 아사히 슈퍼드라이는 얼마 전까지 품절이었다. 그 호들갑때문에 단골이던 동네초밥집만 애꿎은 피해를 입고 문을 닫았다.

일본 한글반 학생들과의 교류활동시간, 함께 점심도 먹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2019년 7월 한국에서 연일 일본불매운동을 부르짖을 때, 일본에 2차례 여행을 갔었다. 한 차례는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또 한 차례는 가족들과의 여행이었다. '일본 불매'가 효과가 없고, 전혀 양국관계에 도움이 되지않는 정치적인 쇼라는 걸 알고 있던 나는 나가사키의 여름 하나비 축제에서 지드래곤의 노래를 들으며 일본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후쿠오카에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있었는지 언론에선 보도하지 않았다. 다음과 네이버에서만 연일 '노재팬'기사가 도배를 이루었을 뿐이다.

이제 반일, 극일이란 단어로 더이상 언론 플레이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지 않다.

천황이라 부르면 친일이고? 일왕이라 부르면 극일이라는 말은 들을 가치도 없다.

지금 MZ세대들은 딱히 일본에 열등감도 없고, 그렇다고 우월감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여행가기 편하고 음식을 먹고 게임을 즐기며 함께 서브컬쳐 문화를 공유하는 세대들이다. 이마세, 요아소비, 히게단은 중고등학생들도 잘 안다. 세븐틴, NCT, 차은우는 일본 아이들도 좋아한다.

최근 한일 가왕전을 보니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노래는 80년대 일본 최고의 히트곡이다. 방송에서는 한국가수들은 일본엔카를, 일본가수들은 한국트롯을 맛깔나게 부르고 있었다.

30년 뒤, 한일 관계가 사뭇 궁금하다. 한국과 일본은 파트너지 적이 아니다.

1998년 한일 파트너십을 이끈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국회연설을 떠올려보자.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5년간입니다. 이렇게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박훈 교수도 지적하지않나?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어떻게 변했고 그것이 조선의 운명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모자랐을 뿐이라고.

언제까지 우리가 일본에게 모든 걸 전해줬다고 자기 위안만 삼을 건가?

무조건 일본을 깔아뭉개야 속이 편하다는 거야말로 식민지 피해 의식의 표출이다.

한일 간의 역사를 논할 때, 너무 많은 연금술을 부리지 말자.

그저 주기율표에 나온대로 생각하고 말하자.

일본을 무작정 욕하기 전에, 책이라도 먼저 보고 일본에 대해 공부해보자.

일본을 알면 많은 것이 보인다.

브라이언
브라이언 교육·학문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교사, 작가, 투자가, 아빠로 살아가는 자유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