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0대가 부장교사를 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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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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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에서 부장기피 현상이 심하나 보다. 다들 1년 부장하면 다음 해에는 부장직을 맡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30대 심지어 20대에 부장교사를 맡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 8년째 부장교사를 하고 있다. 인문사회부장을 시작으로 지금은 교육과정부장을 맡고 있다. 내 경험으로 볼때, 부장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업무에 대한 피로감과 두려움이다.

업무에 대한 피로감과 부담만 없으면 부장직을 꺼릴 이유가 없다. 학교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한 업무이기때문이다.

오히려 담임업무가 더 고되다. 퇴근해도 퇴근한 것 같지 않다. 아이들을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부장일을 하려면 부서 업무를 완벽히 파악해야한다. 그래야 부서원들이 고생하지 않는다. 부서원들의 업무를 조절해주려면 쓸데없는 일은 과감히 없앨 줄 알아야한다. 주변에 보면 공문 준비하고 보고하느라 퇴근 못하는 부장들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은 중요치않거나 형식적인 공문인 경우가 많다.

난 공문에는 절대 영혼을 갈아넣지않는 철칙이 있다. 공문은 형식과 시간만 맞으면 그만이다. 부서원들에게도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성해서 끝내라고 말한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수업준비에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한다. 수업이 잘돼야 출근이 즐거워지니까.

지금은 구글 문서를 이용하거나, 스프레드 시트를 공유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있다. 컴맹이라며 부서원들에게 업무 폭탄 떠 넘기는 부장시대는 끝났다.

늦게까지 남아있는 부장치고 일 제대로하는 사람은 드물다.

첫 발령 받았을 때, 학생부에 배치됐었다. 그때 학생부장은 음주로 면허취소되어 대도시에서 쫒겨온 사람이었다. 면허없는 그를 대신해 내가 학생부장 출장을 도맡았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부장 잘 못 만나면 학교생활이 고되다는 걸......

한창 수업준비에 신경 쓸 시기에 부장 업무 뒤치닥거리하느라 쓸데없이 바빴다.

그러기에 어쩌면 지금 20대나 30대가 부장업무에 적합할 수 있다.

디지털 업무경감을 실천하고, 빠른 판단력과 소통 능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부장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관리자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관심있는 업무가 있다면 적극 나서라. 그럼 못한다고 돌 던지는 일은 없을테니까.

특히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됨에 따라, 담임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하루종일 이동수업하므로 반의 특성도 사라지고 있다. 학교업무의 변화도 눈에 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란 말이 있듯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춘 젊은 교사가 부장직에 필요하다. 그래야 학교의 변화도 빠르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않는다.

과거, 담임이 학교생활의 꽃이었다면 이제는 부장이 학교생활의 핵이다.

이제 부모와 같은 담임역할은 필요하지 않다. 진학지도의 경험을 과신하지마라.

사교육과 유튜브의 정보가치가 더 뛰어난 세상이다. 사교육이 파고들 수 없는 학교 교육활동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그럼 부장의 자질 조건은 뭘까?

첫째도 효율, 둘째도 효율, 셋째도 효율이다.

일 못하고 사람좋은 부장보다 일 잘하고 무뚝뚝한 부장이 더 낫다. 내 시간을 뺏아가지않기 때문이다.

부장을 하며 리더십를 발휘하고, 업무의 성취감을 느껴보시라.

난 부장을 하며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시간을 확보했다. 그 경험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전자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다.

퍼스널브랜딩의 가치를 알게되니 수업의 자신감도 늘고 질도 더 좋아졌다.

담임으로 보람을 느끼는 것보다, 부장으로서 학생과 학교에 기여하는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명심하라.

나의 창의적인 제안과 행동으로 학교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다면 당신은 부장이 체질이다. 도전하라!

브라이언
브라이언 교육·학문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교사, 작가, 투자가, 아빠로 살아가는 자유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