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은 소비절벽(2018인구절벽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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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9.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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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6년 전 인구 위기를 예측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건, 일본의 인구 위기의 배경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보다 심각한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일본과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일단 서문을 읽고나서는 피식~웃음이 나왔다.

저자 해리 덴트가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를 언급하며 2018년 이후, 인구위기로 소비가 줄어들며 주식시장의 큰 폭락이 온다는 예언을 했기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런 일은 없었다. 코로나라는 전대 미문의 전염병 발생과 양적완화, 그 후의 금리인상으로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건 분명하지만, 저자의 우려처럼 엄청난 자산가격 폭락과 공포는 찾아오지 않았다.

인구 위기에 대해 쓴 책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 이른바 돈 찍어내기를 더 우려한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채권 등 시중의 금융자산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으로 '부채마약'에 다름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금 세계 각국의 무제한 양적완화의 목표는 최대규모의 부채와 금융자산 버블이 꺼지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속도가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것을 막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작동기제, 즉 보이지 않는 손에 개입함으로써 최악의 경기하강과 붕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또 부동산의 거품을 비판한다.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생활비와 사업 비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가격상승의 수혜는 대부분 나이든 세대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젊은 세대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려가야한다고 말한다.

인구 절벽은 소비 절벽

저자의 주장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일본의 버블 붕괴와 인구 절벽이다.

2022년 기준 합계 출산율 1.26명을 기록한 일본은 이미 인구 절벽을 경험했다.

한 세대의 소비가 정점에 오른 다음에는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그때부터 다음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나설 때까지 경제가 둔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인구절벽이라고 한다. 인구절벽은 곧 소비절벽을 의미한다.

해리 텐트는 특히 45~49세의 연령대에 주목했다. 인구 통계학에 따르면 전형적인 가정은 가장이 46세 때 가장 많은 돈을 쓴다. 이 말은 한 나라의 가계 소비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은 출생 후, 약 46년 뒤라는 말이다.

일본은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대규모 인구집단의 소비 정점을 경험했다.

일본에서 출산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42년과 1949년이었다. 그로부터 약 46년 뒤인 1989년과 1996년에 일본 경제는 소비 정점을 맞이했고, 이후 서서히 경제는 침체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 30년이 된 것이다.

물론 해리덴트의 분석은 반은 맞다.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의 소비정점이 지난 후 일본이 경기불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구 절벽으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단정짓기에는 외적인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한 엔화가치 절상이다. 미국의 수출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압력에 굴복한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며 스스로 자산의 버블을 만들었다. 그 버블의 충격과 공포가 긴 장기침체를 불러온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소비정점을 지난 한국

그런데 최근 한국의 상황이 가히 좋지 않은 느낌이다. 한국에서 출산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71년이었다.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일본보다 약 22년 뒤에 나타난 것이다. 1971년에 태어난 세대가 약 46년 뒤인 2017년 경에 한국도 소비 정점을 지났다는 의미다. 그럼 우리도 경기가 불황에 접어든 걸까?

이를 뒷받침 하는 연구결과가 있어 놀랍다. 한국은행 경제 연구원 조태형 부원장은 '한국 경제 80년 및 미래 성장 전략' 이라는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생산성 수준에 따라 향후 30년 안에 '마이너스' 국면에 접어들 수 있으며, 성장 유지를 위해서는 인구 감소를 막을 전방위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1970년대 8.7%에서 1980년대 9.5%로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하락해 2010년대 2.7%로 낮아졌고, 코로나를 경험한 2020~2022년에는 2.1%까지 떨어졌다. 분석결과만을 보면 이미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2017년 베이비 붐 세대의 소비 정점이 지났다고 가정할 때, 이미 인구 절벽이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잠을 안자고 계속 깨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일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잠을 시간과 생산성의 낭비로 여긴다. 각성제와 스테로이드를 투입하면서 어떻게든 우리가 잠을 자지않고 계속 생산성을 발휘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양적완화, 무제한 돈 찍어내기와 같다.

이런 방법을 계속 사용하면 우리는 죽거나 미치거나 온갖 각성제에도 결국 잠에 빠져드고 말 것이다.

양적 완화는 부채 마약

물가가 슬금슬금 올라도 공항은 해외여행객으로 붐비고,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은 사람들로 인산 인해다. 살기 어렵다, 어렵다고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뭐가 어려운지 실감이 나지않는다. 해리 덴트의 말대로 아직 우리가 경기불황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건 어쩌면 중독성 강한 '부채 마약'에 빠져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버블의 붕괴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이 버블인가 아닌가는 지나고 나서 한참 후에 모두가 깨닫게 될 것이다. 한국도 이미 소비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학생들과 일본의 인구절벽과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를 다루고 싶다면

브라이언
브라이언 교육·학문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교사, 작가, 투자가, 아빠로 살아가는 자유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