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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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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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니혼바시에 가면 기린 동상이 있어요. 기린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용을 닮은 동물이에요. 키가 5m정도에 외형은 사슴을 닮았고 , 얼굴은 용과 비슷하고 , 소의 꼬리와 말의 발굽을 가졌어요. 특이한 건, 니혼바시의 기린 동상에는 날개가 있다는 점인데요. 니혼바시가 일본도로의 원점으로 여기서부터 전국으로 도로가 뻗어나간다는 의미에서 날개를 달았다고 하네요.

니혼바시는 일보도로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라, 이곳의 기린엔 날개가 있어요. 고속도로 아래라 기린 동상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출처:야후재팬

작품 '기린의 날개'는 다케아키라는 남자가 니혼바시의 기린 동상 앞에서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죽으면서 시작됩니다. 몇 시간 뒤 근처에서 수상하게 행동하던 한 청년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트럭에 치이면서 혼수상태에 빠지죠. 피해자는 사망하고, 용의자로 의심받던 청년도 오랜 혼수상태에서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살인사건은 미궁에 빠져들게 되죠.

기린의 날개는 2011년 영화로도 개봉되었어요./출처:다음영화

니혼바시 경찰서에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가가 형사가 이 사건을 파헤칩니다. 가가는 뭔가에 꽃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끈기가 장점이죠. 니혼바시에 부임하자마자 니혼바시 주변의 가게들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모습에 다들 혀를 내두를 정도에요. 우선 가가는 피해자와 유력한 용의자와의 관계를 파헤칩니다. 피해자 다케아키는 건설회사의 본부장입니다.

출처:다음영화

피의자로 의심받는 청년 야시마는 한때 다케아키가 다니는 회사에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피해자와 유력한 용의자가 모두 사망한 상태이고, 결정적으로 살인에 쓰인 칼의 소재가 불분명했어요. 결국 유력한 용의자였던 야시마는 다케아키를 살해하지 않은 것이 밝혀집니다.

출처:다음영화

의외로 사건의 실마리는 다케아키의 아들 유토의 중학교 시절에서 찾게 됩니다.

다케아키가 죽기 전 오랜 기간 니혼바시 근처의 신사에서 종이학을 백마리씩 접어 참배하던 행적이 드러난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3년전 아들 유토가 중학교 수영부로 활동할 때 일어난 사고때문인데요. 유토는 친구 2명과 짜고, 수영부 후배 도모유키를 골려주려고 밤 늦게 수영장으로 불러내어 특훈을 시키죠. 말이 특훈이지 양발을 잡고 두 손으로만 수영하게 하는 벌을 준 건데요. 그만 후배 도모유키가 물 속에 가라앉고 의식을 잃어버립니다. 뒤늦게 찾아온 수영부 고문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유토와 친구들은 도망가게되고, 이 사고는 후배 도모유키 군의 실수로 인한 사고로 마무리됩니다. 결국 도모유키 군은 후유증으로 인해 식물인간으로 지내게 되죠.

가가 형사역은 아베히로시가 맡았어요./출처:다음영화

이 사고는 수영부 고문 선생님과 사고에 가담한 수영부 학생들의 은폐로 잊혀지는가 싶었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유토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우연히 한 블로그를 보게됩니다. 그 블로그는 식물인간이 된 도모유키의 엄마가 운영하고 있었죠.

블로그에는 도모유키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의 염원이 담겨있었어요. 유토는 블로그를 보고나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블로그에 댓글도 달고 니혼바시의 신사에 들러 종이학을 접어 도모유키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하죠.

출처:다음영화

그런데 유토의 아버지, 다케아키의 사망과는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요?

어느 날, 다케아키는 아들 유토의 컴퓨터에서 그만 도모유키 엄마의 블로그를 보게됩니다. 그러면서 3년전 수영부 사고에 아들 유토와 수영부 친구들이 가담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다케아키는 우선 아들 유토를 대신해 니혼바시 신사에 종이학을 바치며 도모유키를 위해 기도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유토의 친구 스기노에게 전화를 걸어 유토와 함께 자수하고 잘못을 뉘우치기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스기노는 자수하는 순간, 자신의 진학은 물론 인생이 망가질거라고 믿고, 우발적으로 다케아키를 살해합니다. 미리 준비해 간 칼로 말이죠.

유토의 아버지 다케아키가 칼에 찔린 채, 수백미터를 걸어서 니혼바시의 기린 동상앞에 쓰러진 것은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세지였던 셈이었어요.

"아들아, 용기를 내라" " 진실로 부터 도망치지마라"

출처:다음영화

죽음을 앞 둔 사람의 메세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산 사람들의 의무라고 합니다. 아들 유토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메세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모두 자백합니다. 어쩌면 사고 당시 수영부 고문 선생님의 잘못된 말 한마디가 아이들이 진실을 감추고 거짓 삶을 살게 끔 방조한 건 아닐까란 생각도 드네요.

가가 형사의 집요한 파헤침이 없었다면 자칫 영원히 미궁에 빠져버릴 사건이었어요. 무엇보다 유토와 수영부 친구들은 평생 진실로부터 도망치는 삶을 살았겠죠. 작품을 읽고나서, 과연 나는 가정에서 부모로서, 학교에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되게 살아가라' 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됩니다.

브라이언
브라이언 교육·학문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교사, 작가, 투자가, 아빠로 살아가는 자유인입니다.